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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이 가장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수면이고, 따라서 가장 부족한 것이기도 하다. 무료로 얻을 수 있다 보니 별 값어치를 못 느끼고, 심지어 우리의 가치관은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생활 습관 때문에 수면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현대인들 대부분이 심각한 수면 장애 상태에 빠져 있는데, 이는 현대인들의 수많은 건강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모두 수면과 관련이 있다.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성 질환이나 암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잠자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하고 약물 치료를 해도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잠자는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의 질도 중요하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잠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는 한다. 일하랴, 공부하랴 바쁜 와중에 취미 활동이나 유흥까지 즐기다 보면, 쥐어짤 수 있는 시간은 잠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왠지 잠이 많으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기준과 맞지 않는 게으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당오락'이라고 해서 네 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끔찍한 말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수면 부족을 부추긴다. 정주영 회장이나 나폴레옹도 하루에 네 시간만 잤다는 일화가 자극이 되는 반면, 원하는 만큼 실컷 자는 생활 태도는 타인에게 큰 귀감이 되지 못한다.
잠을 줄이면 사회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지런하고 성실한 생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의 개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사회적 통념의 성공을 이룰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더 건강할 수는 없다. 아니, 그보다는 사람마다 체력과 체질의 차이가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권할 일은 아니다. 잠을 아껴서 그 시간에 놀거나 일하는 것은 미래의 건강을 가불받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잠자는 시간은 결코 버리는 시간이 아니다. 건강에 투자하는 신성한 시간이다.
수면 부족은 얼마나 위험할까? 하루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 미만일 경우 전체 사망률은 15% 증가한다. 2015년 CNN.com에 '자거나 죽거나(sleep or die)'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 수면의학회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로, 수면 부족과 심장마비를 비롯한 뇌졸중, 당뇨, 비만 등 사망과 관련된 심각한 질환들의 발병 위험 증가율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기사였다. 바꿔 말하면 수면 부족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면 부족은 조기 노화와 연관이 있다. 한 코호트(cohort) 연구에서 중년 남성들을 비교했는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 이하인 경우 일곱 시간 이상 수면하는 그룹에 비해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가 6% 짧게 관측되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단에 존재하는 데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생물학적 연령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 근심, 우울증 모두 만성적인 불면증 증상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수면 부족의 증상이기도 하지만 원인이기도 하다. 일주 리듬(circadian rhythm)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수면 시간은 물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불면증 환자 거의 전부가 삶의 스트레스가 높거나 최근에 근심거리가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스트레스가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수면 부족을 유발하고 반대로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니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것이다.
수면 부족이 행동 능력에 영향을 미칠까?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수면 부족의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3000여 명의 의과대학 레지던트 1년 차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은 레지던트들의 근무 시간을 일주일에 80시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의 스케줄에 따라 연속 근무 시간이 24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한 달 중 24시간 넘게 근무하는 날이 다섯 번 이상인 경우 레지던트의 피로 누적에 의한 의료 사고 위험이 무려 70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의료 사고도 30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깨어 있는 시간이 17~19시간 사이일 경우 인지 장애 수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의 음주 상태와 비슷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깨어 활동하는 평균적인 시간에 불과하다. 그런데 계속 잠을 자지 않고 몇 시간 더 깨어 있을 경우 인지 능력은 급격히 떨어져, 혈중 알코올 농도 0.1%와 유사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는 법적으로 으주운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잠자는 일을 하찮게 여기면 안 된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어찌 보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잠이 보약"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 몸의 재생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몸의 재생이라는 표현은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나 노화 방지를 의미한다. 노화 방지의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수면이다. 부족한 수면 시간은 우울증을 심화시킨다. 잠이 부족하면 절대 살을 못 뺀다. 미녀는 잠꾸러기가 맞다. 피부, 체중 모두 깊이 관련 있다. 잠이 부족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 당뇨나 혈압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는 직장 생활을 하는 많은 회사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면역력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암 환자에게도 중요하다. 어느 하나 걸리지 않는 것이 없다. 수면은 건강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에 연관되어 있다. 핸드폰으로 치면 밤에 충분히 충전해야 아침에 쌩쌩한 것과 마찬가지다. 빨리 충전되는 핸드폰도 있고 느리게 충전되는 핸드폰도 있는 것처럼, 조금만 자도 피로 회복이 되는 사람이 있고, 오래 자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차이가 존재한다. 내 몸을 잘 알고 내 몸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
출처: 환자혁명 - 조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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