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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상식 =

신경의학적으로 다시 보는 MSG

라이프체인징시크릿 2025. 4. 15. 21:08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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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세월, 대한민국에서 MSG가 겼었던 운명은 실로 기구하다. 한때는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 식품첨가물의 대표 주자로 오욕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연에 존재하는 안전한 물질로 인식되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몇 해 전, 공중파 방송에서 MSG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MSG는 적어도 소금보다 안전한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방송의 핵심은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이 쇠고기나 콩에도 많이 존재하는 자연 물질이라는 것이다. 식품첨가물 MSG와 자연식품에 존재하는 글루탐산이 분자구조학적으로 별 차이가 없어서 안전하다고 강변하는데 실은 그 반대다. MSG는 식품업계의 주장처럼 분자구조학적으로 비교해 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뇌신경학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MSG(monosolium glutamate, 글루탐산나트륨)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은 다시마, 쇠고기, 버섯, 굴 등에도 들어 있는 아미노산으로, 분자 구조가 같다는 말은 크게 보았을 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글루탐산은 다시마나 쇠고기 같은 음식보다 우리 뇌에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다. 글루탐산은 뇌의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하는데, 뇌에 존재하는 자연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개인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글루탐산은 특히 어른보다 성장기 어린이의 뇌에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뇌에는 다량의 글루탐산이 있지만, 이 글루탐산은 뇌에 막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글리아(microglia) 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 평소에는 휴면 상태나 반수면 상태로 있다가 필요에 따라 혹은 사고에 의해 글루탐산이 분비된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왜 이런 위험한 물질을 뇌에 잔뜩 보관하고 있을까?

    글루탐산은 뇌 발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 가운데 하나다.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글루탐산 농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조절되면서 뇌의 신경 다발들을 연결한다. 이러한 농도 변화는 정밀하게 프로그램된 스케줄에 따라 이루어진다. 신경 다발이 연결되어야만 미성숙한 뇌가 발달한다. 갓 태어났을 때 말도 못고, 걷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던 아이의 불완전했던 청각, 시각, 운동신경 등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글루탐산이 없으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 뇌는 위험한 물질인 글루탐산을 잔뜩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시기에 너무 많은 글루탐산이 분비되거나 과다한 글루탐산에 노출되면 뇌신경을 연결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우울증도 그 결과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어떤 문제들은 가볍고, 어떤 문제들은 심각하다. 가벼운 문제들로는 집중력 장애, 학습 장애, 언어 발달 장애, 행동 발달 장애, 반항, 위험한 행동, 학교 생활 적응 장애 등이 있을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들로는 정신분열증, 강박장애(잦은 손씻기, 숫자 세기, 확인하기, 청소하기 등), 중독, 폭력적 성향, 자살 충동, 불안증, 우울증 등을 들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글루탐산이 과다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다. 식품첨가물로서의 MSG이고, 자연 물질이고, 천연 물질이고, 합성이고, 인공이고, 발효이고 여부를 떠나 글루탐산 자체의 역할이 그렇다는 것이다.

    학습 장애 아동 중에는 뇌가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에 글루탐산에 과다하게 노출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시기가 언제일까? 임신 후기와 생후 첫 2년간이다. 그래서 임신부들은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고, 뇌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영유아기에는 MSG가 들어간 분유를 먹이기보다 모유 수유가 바람직하다.

    음식을 통한 섭취 외에 교통사고나 머리를 가격당하는 사고로 뇌에 충격이 가해져서 마이크로글리아 구획에 잘 담겨 있던 글루탐산이 쏟아져 나오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외상에 의한 충격 외에도 수술, 감염, 백신과 지나친 스트레스 역시 글루탐산의 유출을 야기한다. 글루탐산에 지나치게 노출된 아동은 학교에 들어가 복잡한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경험한다. 과잉 행동 장애(hyper actucuty) 또는 집중력 장애(ADHD)가 생기기도 한다.

     

    미국 FDA에서는 MSG를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대체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식품)'로 분류했지, MSG가 안전하다고 단정 짓지 않았다. GRAS에 분류되었다는 것은 안전이 보장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GRAS로 분류되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애매하다는 뜻이다. 자랑스러워할 일이 아니라 불명에스러운 일이다. FDA가 사과나 딸기를 GRAS로 분류하지 않는 까닭이다. GRAS에 등록된 물질들을 보면 대부분 발음도 안 되고, 읽어도 뭔지 모르는 화학 물질들이다.

    최근에 추가로 밝혀진 사실은 글루탐산이 신경계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뇌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몸의 모든 조직과 장기에 영향을 끼친다. 피부, 각막, 간, 췌장, 폐, 소화기관, 근육, 생식기, 신장, 방광은 물론 면역 체계에서도 글루탐산 수용체가 발견된다.

    MSG를 과다 섭취하면 당뇨, 간염, 천식, 소화기 장애, 과민성 대장염(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불임 그리고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암세포에서 수많은 글루탐산 수용체가 발견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글루탐산 수용체를 겨냥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 암 환자들한테도 마음 놓고 MSG를 먹으라고 해야 할까? 대단한 과학자가 나서서 연구해주지 않아도 보통은 본능적으로 안다.

    MSG의 글루탐산은 비만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릴 때 먹은 MSG가 청소년기나 성인이 되어 비만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다양한 동물 실험을 했는데, 종을 막론하고 다 같은 결과를 얻었다. 쥐와 원숭이의 실험 결과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비만과 동시에 또 다른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대사 증후군이다.

    노인들에게서는 퇴행성 신경 질환을 유발한다. 퇴행성 신경 질환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글루탐산도 그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 뇌에 잘 갇혀 있던 글루탐산이 새어 나오는데, 영유아기 때 신경 다발을 연결했던 글루탐산이 노년에서는 거꾸로 신경을 파괴한다. 그 결과 뇌졸중, 뇌종양, 다발성 경화증 같은 자가면역 질환 및 치매, 파킨슨 같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혹은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다발성 경화증 증상을 보이는 쥐의 글루탐산 수용체를 차단했더니, 다시 걷기 시작하고 척수 손상이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또한 뇌염이나 뇌수막염 같은 감염성 질환의 회복 경과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바로 음식이 답이다. 글루탐산 섭취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꼭 식품첨가물 MSG가 아니라 일반 음식 중에도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붉은 육류, 세계 각국의 요리들이 닭고기나 쇠고기를 오래 끊여 육수를 낸 뒤 요리에 사용하는 이유는 육수에서 우려낸 글루탐산 성분이 음식에 풍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붉은 육류에는 글루탐산 성분뿐 아니라 철분도 많은데 이는 체내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 식품업계에서는 식품첨가물인 MSG나 쇠고기에 들어 있는 자연산 글루탐산이 다 똑같은 것이므로 MSG는 안전하고 실컷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정성껏 끓인 육수라 할지라도 지나치면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이다. 두유나 두부를 포함한 대두 제품 역시 글루탐산 함유량이 높다. 버섯과 토마토에도 글루탐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토마토를 끓여 만든 토마토소스에 더 많다.

    MSG를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다지 어려운 고민은 아니다. 담배와 다를 바 없다. 기호식품으로 필요한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람들만 알아서 먹으면 그만이다.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안전하다... 괜찮다...는 정보의 왜곡만은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적어도 폐암에 걸린 사람에게 의사가 금연을 권고하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MSG를 먹으면서 편두통은 절대 못 고친다. 또한 체중 감량이나 비만 치료도 불가능하다.  

     

     

     

    출처: 환자혁명 - 조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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